광주 폴리 3

2017 bui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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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츄미에서 시작된 모던한 폴리의 개념은 광주에 와서 지역성과 결합하여 ‘광주폴리’라는 고유명사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지역의 중요한 자산이다.

최근 오픈한 함부르크 엘브필하모니는 21세기 최고의 건축물로 자리매김하는 데 손색이 없다. 1조 4천억원을 들여 만든 엘브필하모니는 호텔과 음악당의 기능을 넘어 함부르크의 아이콘이며 브랜딩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G20 대회를 개최한 독일은 각 국 정상을 본 건축물에 초대하며 홍보하고 있다. 광주와 함부르크는 비슷한 인구인 150-170만을 갖고 있으나, 광주폴리는 1, 2, 3차 85억의 예산으로 세계적인 지역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빌바오 구겐하임, 함부르크 엘브필하모니와 같은 아이코닉한 건축물을 통해서가 아니라, 시민참여형 공공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가고 있는 광주폴리는 광주의 민주화역사를 관통하는 시민사회의 창발을 통한 ‘광주性’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3차 폴리는 1, 2차와 비교해 많은 차별점을 갖고 있는 폴리의 개념과 작동방식을 바꾼 새로운 시도이다. 두드러진 차이점은 시민참여와 도시재생과 맞물린 작동적 접근으로 기획되어져있다. 시민참여를 통한 직간접적 참여를 전체 프로젝트에 중요한 동력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위니마스의 서석초등학교 아이러브유 프로젝트는 공사중이였던 아시아문화전당 주차장 진출입로를 폐쇄하여 보행권을 확보하였다는 점에서 공공프로젝트에서 그 결과에 못지않은 과정의 시민참여 과정에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갖는다고 하겠다. 시민사회와 및 서석초 학부모들과 함께 문제를 제기하고 협의하여 보행공간으로 협의하였고, 서석초등학교 학생들 워크샾 및 학부모, 시민협의회 등과 협의를 통해 위니마스는 바틈업 프로세스를 통해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켰다.

요약컨대, 이 번 3차 광주폴리는 개념의 확장과 작동하는 폴리로 기획되고, 다음은 그 작동에 대한 네가지 동사 – 보다, 먹다, 놀다, 걷다 – 를 통해 실행된다.

Operative action – see | 작동 행위 – 보다
문훈과 리얼리티즈 유나이티드(realities united)는 기존 건물 옥상을 재계획하였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이자 광주 구도심에 새로 조성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및 무등산을 전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는 행위(see)는 도시에서 매우 다양한 스케일을 갖는 공간적 단어이다. 카페에서 사람들(passers-by)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gaze), 기차에서 속도감을 갖고 보는(look) 경관, 높은 곳에서 도시를 전망(view)하는 행위 등은 공간의 깊이를 갖고 대상을 끊임없이 객체화, 탈객체화하는 인식행위이다. 지상에서 옥상까지 사람들을 유혹하는 문훈 특유의 화려한 색깔로 치장된 계단과 무등산을 바라보는 전망데크는 특별하며 생동감 있는 전망 공간을 제공한다. 문훈 작품 반대편에서 구도심을 바라보는 리얼리티즈 유나이티드의 빌보드는 시민들을 끌어들이고 상호 작용하는 참여형 폴리이며, 사회·정치·문화적 맥락을 관통하는 광주의 새로운 브랜드가 된다.

Operative action – eat | 작동 행위 – 먹다
광주는 음식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남쪽의 도시이다. 장진우는 서울의 낙후된 거리인 경리단길에 조그마한 식당들을 성공시키면서 ‘장진우길’이라는 브랜드를 만든 젊은 F&B 사업가이다. 특히 부동산 투기를 지양하고, 임대를 통해 프랜차이즈화와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자본투입으로 인한 기존의 부작용을 비판하며, 젊은 창업자를 육성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장진우는 이번 폴리를 통해 광주지역 출신 예비 창업자들을 선발하고 교육했다. 청년들의 공동 창업을 돕는 동시에 카페 콩집 및 식당 청미장을 탄생시킨 것이다. ‘작동행위 – 먹다’는 부동산을 사회·문화적으로 유동화(liquefy)하는 공간의 콘텐츠이자 도시재생을 위한 중요한 작동요소가 된다.

Operative action – play | 작동 행위 – 놀다
도심 건물 사이의 틈에 주목했던 시민공모전 당선작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건축-미디어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이다. 관리되지 않은 건물 사이의 틈은 행정상 사유지이지만 이번 폴리를 통해 공공화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진시영은 다양한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통해 공간의 재미와 활력을 주고 있다. 김찬중의 특별한 문은 버려진 틈의 새로운, 하지만 등록되지 않은(unregistered) 주소를 상징한다. 이는 해리포터의9와 3/4 플랫폼(platform nine and three-quarters)과 같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에 더하여, 이동 가능하고 재사용되며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미니폴리는 호기심을 통해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 다양한 행위와 이벤트의 공간이 된다. ‘놀다’라는 동사에 내재된 특질(attributes)-재사용, 이동성, 참여–을 다양한 작동으로 풀어내 일상생활의 의외성, 유희를 제공한다.

Operative action – walk | 작동 행위 – 걷다
걷는다는 행위는 도시에서 중요한 키워드이다. 100년 넘은 초등학교 앞 보행로가 행정상 도로라는 이유로 대규모 주차장의 통행로가 되는 공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시민폴리’는 시민사회와 함께 싸워 이곳의 보행권을 다시 확보해냈다. 특정한 사업지 획득을 위해 시민단체와 함께 소통, 보행권리 확보 등의 이슈를 제기하고, 보행권을 확보해가는 과정을 통해 폴리가 유형적 디바이스에서 과정의 디바이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위니 마스는 초등학교 앞 보행공간을 재물성화(rematerialize)하여 시민들과 아이들에게 즐거운 보행-공원을 제공하고, 조병수는 공원에 시적 휴식을 제공하는 특별한 공간을 디자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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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위진복

UIA.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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